아기의 성별, 누구의 시험대가 아니기를
"딸만 원했는데 아들바보가 됐어요."
"아들일 줄 알았는데 딸이 나와서 완전 딸바보 됐어요."
이런 말, 종종 듣게 됩니다.
어쩌면 특별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또는 작은 반전을 주고 싶어서 쓰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말들 속에는 보이지 않는 기대와 은근한 부담이 담겨 있을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딸을 낳으면 엄마가 괜히 죄인처럼 느껴지곤 했죠.
요즘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다른 방식의 기대가 생겼다는 생각도 듭니다.
"딸이면 예쁠 텐데."
"아들이면 좀 힘들겠네."
"혹시 남편 쪽에서 딸을 바란 건 아닐까?"
성별에 대한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임산부에게는 알게 모르게 마음의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아기의 성별은 엄마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어떤 성별이든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한 존재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아이는 딸일까, 아들일까? 하며
부부가 함께 나누는 소소한 행복까지 놓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순간의 설렘과 기대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니까요.
다만 "나는 딸이면 좋겠어" 같은 막연한 바람보다는,
"딸이면 같이 스케이트 타러 가고 싶어."
"아들이면 같이 캐치볼 하고 싶어."
이렇게 함께 그리고 싶은 작은 순간들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성별과 상관없이 어떤 아이라도, 어떤 모습으로 와주어도 기다리는 마음은 그대로 따뜻할 테니까요.
그리고 요즘은 또 "건강하게만 나와주면 돼" 라는 말도 많이 합니다.
그 말 속에 담긴 진심은 너무 잘 알지만,
가끔은 그런 말조차 임산부에게 또 다른 책임과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생각해보게 돼요.
임신과 출산 과정은 많은 것이 엄마의 힘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들인데,
결과적으로 아기의 건강 상태가 마치 엄마의 몫인 것처럼 느껴지게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우리 딸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네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든 괜찮아. 엄마가 너를 기다린 그 마음이면 충분해."
"너를 세상에 데려오는 그 길이 얼마나 대단한 여정인지, 그것만 기억했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흔히 쓰이는 정감 있는 말들까지 모두 불편하게만 보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말이라는 건 결국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요.
우리가 평소에 쓰는 익숙한 말들도,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바꿔본다면
누군가에게는 덜 부담스럽고, 더 따뜻하게 들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그건 네가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 보다는
"내가 진짜 잘하는 집을 아는데 한 번 같이 가보자. 거기서 먹어보면 너도 좋아할 거야. 나 한 번 믿어봐."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요.
요즘은 특히 말을 뱉는 데에 따르는 책임감이 점점 흐려지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어요.
그냥 어디서 들은 자극적인 얘기를 가볍게 퍼뜨리거나,
웃기고 싶어서 한 말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는데, 그걸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인생은 부메랑이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라는 말처럼,
내가 한 말은 결국 내 말로 남는다는 걸 늘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오히려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줄이고,
말은 더 쉽게, 더 자극적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아까 예를 든 것처럼
"내가 진짜 잘하는 집을 알아. 나 한 번 믿어봐." 라고 말하면
상대 입맛에 안 맞았을 때 내 평판이 깎일까봐 그 말을 은근히 빼고 말하는 거죠.
말에 대한 책임이 따라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또 다른 가벼운 말은 쉽게 툭툭 던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
우리 서로가 말을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그리고 그 말에 대한 작은 책임감은 기꺼이 지겠다는 마음으로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만 돼도 서로가 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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